해마다 이맘때면 산과 들에 작고 예쁜 야생화가 다양하게 피기 시작한다. 그중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라 빛을 띄는 야생화를 소개하면, 먼저 노루귀이다. 노루귀 꽃은 흰색·분홍색·보라색이 있다. 꽃은 홀로, 때로는 서너 송이가 묶음으로 또는 줄지어 피어 있다. 잎이 나기 전에 꽃 줄기가 올라와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피는 꽃이다. 꽃 이름은 나중에 깔때기처럼 말려서 나오는 잎 모양이 노루의 귀 같다고 붙여졌다.
얼레지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꽃이다. 이름이 특이한 데다 이른 봄에 꽃대가 올라오면서 자주색 꽃잎을 확 젖히는 것이 파격적이다. 어느 정도 젖히느냐면 꽃잎이 뒤쪽에서 맞닿을 정도다. 얼레지가 이처럼 꽃잎을 뒤로 젖히는 이유는 벌레들에게 꿀의 위치를 알려 주기 위해서다. 꽃잎을 뒤로 젖히면 삐죽삐죽한 꿀 안내선(honey guide)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모습을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산골의 수줍은 처녀 치고는 파격적인 개방’이라고 했고, ‘제비꽃 편지’ 저자 권오분은 ‘압구정동 지나는 세련된 아가씨 같은 꽃’이라 했다. 얼레지라는 이름은 녹색 이파리 여기저기에 자줏빛 얼룩이 있어서 붙은 것이다. 전국 산에서 굳이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널려 있는 꽃이지만 화야산·태백산 등의 얼레지 군락이 유명하다.
현호색이 활짝 피면 종달새들이 군무하는 것 같다. 현호색 속명(Corydalis)이 종달새에서 유래한 것이기도 하다. 산자락 개울가나 양지바른 언덕 등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현호색은 작은 연보라빛 꽃 모양이 독특하다. 꽃 길이는 2.5cm 정도인데, 옆으로 길게 뻗어 한쪽 끝은 입술처럼 벌어져 있고, 반대쪽 끝은 오므라져 있다. 현호색(玄胡索)이라는 이름은 약재 이름에서 온 것이다.
큰봄까치꽃(큰개불알풀)은 요즘 한창인 꽃이다. 냇가 등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명은 큰개불알풀이지만 부르기가 거북해 ‘큰봄까치꽃’이라 바꾸어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늘색 꽃에 짙은 줄무늬가 있다. 그냥 봄까치꽃(개불알풀)은 꽃이 더 작고 꽃색도 연분홍색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큰봄까치꽃이 더 흔하다.
광대나물도 역시 초봄에 피는 대표적인 야생화 중 하나다. 요즘 양지바른 곳을 보면 광대나물 꽃이 핀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잎겨드랑이에서 튀어나오는 듯한 진분홍빛 꽃들이 길쭉하게 달리고, 윗부분 잎은 잎자루 없이 줄기를 감싸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프릴(frill) 달린 광대옷 같다.
처녀치마도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꽃이다. 초봄에 피지만 노루귀와 얼레지보다는 좀 나중에, 4월쯤 피는 꽃이다. 꽃은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줄기 끝에서 3~10개 정도 꽃술이 비스듬히 아래로 뻗으면서 하나의 꽃 뭉치를 이룬다. 꽃잎 밖으로는 긴 암술대가 나와 있다. 처녀치마라는 이름처럼 꽃 모양과 색깔이 세련된 아가씨가 입는 치마같이 생겼다. 요즘 젊은 아가씨들이 입는 미니스커트 같기도 하고, 짧은 캉캉치마 같기도 하다. 로제트 형으로 퍼진 잎도 치마 모양과 닮았다. 전국 산지의 개울가 등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겨울에도 푸르죽죽한 잎을 볼 수 있는 반(半)상록성이다.
글 참조 및 이미지출처: 조선일보 김민철의 꽃이야기
소개한 6종의 야생화에 대한 색채를 NCS로 분석해 보면 붉은색과 푸른색을 자연스럽게 잘 섞은 듯한 보라색을 보여준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낮거나 중간 정도의 명도와 채도를 띄는 색채를 지녀, 차분한 느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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